42Seoul 7기 2차 라피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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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신 종료 하루 뒤 이제 남겨보는 그 동안의 후기.
라피신 종료
2022년 6월 10일, 4주 간의 라피신이 끝났다.
진행하는 동안에는 힘들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까 시원섭섭했다.
그 동안 느꼈던 생각들, 내가 무엇을 했는지 여기다가 적고자 한다.
라피신에서 내 닉네임은 sungwoki였다.
그렇게 잠시 Wookey_Kim이라는 닉네임 대신 sungwoki로 살기 시작했다.
1주차, 절망에 빠졌다.
소제목에 절망에 빠졌다고 했는데, 맞다.. 엄청난 멘붕을 겪었다.
호기롭게 라피신에서 문제를 쓱쓱 풀어나가고 싶어서 C언어를 공부해갔는데
내가 공부해간 내용으로는 절대 어림도 없었다.
처음 써보는 아이맥에 적응해야 할 시간도 필요했는데, vim을 써야하는 것도 모자라,
C언어를 초월한 영역까지 문제에 나오니 1차적으로 멘붕을 겪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그것을 아주 잘 풀어나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내가 정말로 뒤쳐지는 것만 같았다.
여기서 2차 멘붕을 겪었다.
수영장에 던져진다고 해서 각오는 했지만, 3m급의 파도풀에 구명조끼도 없이 던져진 기분이었다.
물론 옆자리나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리고 코드를 따라하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면 시험은 왜있는가??
왜 VSCode 등 다른 툴을 막아버리고 vim으로만 시험을 보며, 구글링도 하지 못하게 막아놓은채로 시험을 보는가??
진도를 나간 내용에 대해서 내가 정말로 이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정말로 이해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레벨로 진도를 나가버리면 그것은 말짱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라피신 1주 때의 내 상태론 이해를 전혀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모든게 절망스러웠고, 1주차 금요일에 포기신청서를 작성하려고 했었다. 정말로.
2주차, 정신차리자. 뭐라도 하자.
막상 포기하려고 하니 포기하고 나면 아무 것도 할 게 없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그게 더 싫었다.
라피신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것도 고통스러웠지만 집에서 가만히 멍 하니 있을 생각하니 그게 더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결국 어떻게든 라피신에 적응을 하거나 꾸역꾸역 해보든가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같이 다니던 동료들이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2주차가 끝나갈 때 쯤 한 가지 생각을 했다.
어차피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면 그냥 즐겨. 편하게.
어떻게 하면 라피신을 고통스럽게 보내지 않고 즐겁게 보낼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동료 평가를 하면서 사람들과 사담을 나누고 코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게 재미있었다.
그래서 난 생각했다. 동료 평가를 많이 다니기로.
3주차, 파도풀 밖에서 바베큐 구워먹기.
이쯤에서 올려보는 출입증 사진.
제목 보고 무슨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난 라피신에서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능숙하게 파도풀에서 헤엄치는 사람
- 허우적거리면서 헤엄치려고 하는 사람
- 진작에 포기하고 집에 간사람
그리고 내가 네 번째 부류의 사람이 되기로 했다.
파도풀 밖에서 바베큐 구워먹으면서 파도풀 안의 사람들을 구경하는 사람.
워터파크 가면 파도풀 밖에 맛있는 식당들이 많이 있으며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어있다.
거기 앉아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면서 파도풀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헤엄을 치고 있는지 구경하는 것이다.
내가 그러기로 했다.
동료 평가를 많이 다니면서 사람들이랑 이야기하고 코드를 리뷰하며 에러를 찾고 고치는게 재미있었다.
그래서 난 거의 평가만 하러 다녔다.
진도는.. 솔직히 포기했었다.
양심에 조금 찔린다 싶으면 그때 깔짝깔짝 나가는 정도였다.
그런데 난 이미 내 방식대로 즐기기로 했다.
그리고 동료 평가로 얻는 것도 있었다.
- 코드를 읽는 능력
- 에러를 찾아내는 능력
- 상대방의 말을 듣는 능력
크게 이 세 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동료의 평가가 있어야 진도를 나갈 수 있으니 동료의 평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 때쯤부터 그렇게 하루에 최소 7번은 동료평가를 하러다녔다.
아참, 그리고 평가 포인트가있어야 동료평가를 받을 수 있고,
동료 평가를 함으로써 평가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데 게임에 버닝타임이 있듯이
라피신에도 평가 포인트에 대한 혜택을 주는 버닝타임이 있었다.
이 버닝타임은 사람들이 기부를 많이 해야 열리는데
어차피 진도 안나가는거 난 필요 없어서 포인트를 쌓는 족족 전부 기부해버렸다.
그러다 보니 버닝타임이 자주 열린 것 같았다.
뭔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뿌듯했고, 더욱 라피신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4주차, 최다 평가자(아마도) 달성, 그리고 끝.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었다.
동료 평가를 할때에 코멘트를 적어줘야 하는데 다들 나중가면 귀찮아서 멘트 줄 수가 적어지는 반면 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하나 당 300자를 채우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았고, 평가를 받는 분들도 되게 길게 써주셨다고 놀라시기도하고, 감사를 표해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새 나는 하루에 10번은 평가를 다니고 있었고, 3주차 때 이미 평가 100회를 돌파한 상태였다.
그리고 4주차 시험 마지막 전날에는 150회를 달성했다.
마지막으로 갈 수록 평가를 필요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나는 더 바쁘게 움직였던 것 같다.
그리고 직접 코딩은 하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도 코드가 머릿 속에 저장되는 기분이었고,봤던 코드를 또 보니까 동료 피평가자님이 설명해주시지 않아도 코드의 의도가 읽혔다.
실제로 마지막 시험에서도 해당 문제가 나왔다.
진도를 나가지 않은 부분의 문제였는데 풀렸다.
정말로 신기했다. 동료 평가, 동료 학습이 진짜로 효과가 있긴 하구나..
다른 분들이 날 평가의 화신이라고 불러주셨다..
속으로 평가 150회를 달성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이 들기도했고, 7기 2차 라피신 때 최다 평가자는 바로 나일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여기서 뿌듯함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라피신 때의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바꿀 수 있게 된 것 같다.
뭔가 해낸 기분이었다.
라피신 종료. 다시 Wookey_Kim으로
4주차의 Final Exam을 끝내며 라피신이 종료되었다.
서버가 터져서 시험이 늦게 진행되었지만 그래도 안풀리던 문제가 풀리니 기분이 좋았다.
시험이 끝나고 42서울 측에서 선물로 감자침을 줬다.
담백하고 맛있다.
나름 만족하게 시험을 보기도 했다.
라피신을 겪어보고 난 소감은.. 뿌듯했다.
그렇게 절망을 겪고 포기할 마음을 하고도 그걸 극복해서 4주까지 완주해냈고,
무려 150회를 넘긴 동료 평가 횟수를 달성했다.
다른 분들도 굉장히 놀라셨고 앞으로 몇번 나올까 말까한 숫자라고 말씀하시니 뿌듯했다.
물론 진도를 포기하고 평가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한 숫자였지만..
합불에 의미가 있을진 몰라도 내 개인적으로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코드를 읽는 능력, 에러를 찾는 능력이 발달된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했다.
내게 라피신은 42서울 본 과정에 들어가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앞으로 개발자로 성장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코드를 쓰는 방식까지 통제를 해버리니 정말로 그 땐 숨이 막혔고,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숨이 막혔었다.
하지만 좋은 개발자가 되려면 그걸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무쌍한 IT세계에서 자신이 스스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어야하고, 보기 좋은 코드가 수정하기도 좋은 법이니까.
그래서 여기서 얻은 것은 꼭 있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얻은 기분이다.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힘.
그거면 된다. 그래서 난 떨어지더라도 여한은 없다.
애초에 포기하는 대신에 계속 남아있었던 것이었으니까.
sungwoki로 있는 동안 정말로 진심으로 뭐라도 했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거면 됐다.
근데 와중에 라피신 종료한 날에 SSAFY에서 sw적성진단 합격소식이 날아들었다.
이 자신감 이 기분으로 면접 준비에서 싸피에서 힘을 쏟을 수 있게 해야지.
Wookey_Kim으로 있으면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지금 윈도우 노트북으로 작성하고 있는데 맥 쓰다가 다시 윈도우 쓰니까 어색하다. 특히 한영변환..
아무튼.. 고마웠다.
2022년 10월 10일 추가 작성
라피신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이 글을 다시 한번 읽어봤다.
이 시점 지금은 게임 개발 공부를 하고 있다.
음.. 공부를 더 해보니까 라피신때 이것을 안해봐서 아쉬웠던 점이 생겨서 여기다가 써놔야겠다.
시행 착오를 많이 겪는 것, 그리고 그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것.
뒤에 있는 과정들이 어렵기 때문에 진도나가기를 너무 빠르게 포기했었던 것이 후회되었다.
할 수 있는 데 까진 진도 나가볼걸.. 아쉽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소한 것 때문에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해야했던 것이 너무 힘들어서 진도 나가는 것을 포기 했던 것 같다.
4개월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후회되었다.
일부러 여러번의 시행 착오를 겪는 것이 42의 목적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개발 공부를 하면서 보니 시행 착오를 겪을 일이 정말로 많고 그를 통해서 배우는 점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나 나는 떨어졌고 같은 학교에 다니신 분은 본 과정에 합격했는데 이 부분에서 결과가 갈리지 않았을 까 싶다. 그 분은 시도를 많이 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도 조금은 아쉬워도 아주 크게 아쉽지는 않다.
왜냐하면 난 가르침을 주실 선생님이나 선배님이 필요하니까.. ㅋㅋ
동료와 같이 이야기하면 좋지만 물어보는 것은 왠지 모르게 내가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미안한 생각도 들었고, 혼자서 고민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동료에게 물어보는 것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 것 이게 42가 바라는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